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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ar

거의 11불에 달하는 영화비를 지불하며 볼 가치가 있을까, 혹시나 돈이 너무나 아까와서 잠을 못자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쁜 요한슨이 나오는 내니 다이어리를 볼까.. 고민고민을 하다가, 결국 지금 막 집 앞 영화관에 가서 보고 왔다. 마침 영화 시작 전 선전하는 트레일러들이 모두 컴퓨터 그래픽을 강조한 영화 트레일러들이라, 그래도 사람들이 비교적 칭찬하는 D-War의 컴퓨터 그래픽 신이 너무 부실해 보이지는 않을까 많이 걱정했다.

결론은, 영화관 가서 보고 오길 잘했다. 물론 걸작도 아니고, 수작도 아니다. 한국에서 관객 수가 얼마였다고? 뭐, 그정도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만한 퀄리티의 영화도 아니고, 한국을 대표할만한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사실, 이 영화의 경우는 한국 원산지를 강조하면 할 수록, 왠지 중국산 iPhone 짝퉁같아 보인다.)

그래도, 초반의 장황한 설명 부분과, 스타워즈보다 더 동동 떠다니는 중간의 러브씬 부분을 제외하면 신나게 내내 웃으며 봤다. (사실 굉장히 잔인한 영화인데, 전투 중에도 우스운 상황이 너무 많이 나와서.. -.-;) 특히 중간 중간 나오는 엑스트라들의 웃긴 대사와 상황들이 나름 코믹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한국의 대역연기 같은 느낌이라 딜리버리가 안되어서 그렇지, 얇으나마 스토리 라인이 있긴 하더라. 다른 헐리우드 영화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비관적인 스토리인데 - 결국 초자연적 재난에서 인간을 구해내는 것은 역시 초자연적 힘이고 (외계 우주선을 항복시킨 바이러스는 그래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라도 하지!), 인간은 자연 앞에서 도망만 다니다, "운명"이 정한 역할을 충실히 할 뿐인 이야기라 슬프다. 선은 이겼으나, 선이 이겼다고 100%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 나름 심오하긴 하나, 과연 의도된 심오함이였을까, 우연이였을까.

나쁜 악당 군대의 모습은 너무나 영화 300이나 LOTR의 악의 군대와 비슷한 느낌이라 카피 같아보였고, 실사와의 합성 부분이 많이 어색했지만, 그 외의 컴퓨터 그래픽은 감동적이였다. 중간중간 저 뱀과 용의 움직임은 몇차함수로 표현될 수 있을까 -.-; 뭐 이따위 생각을 하긴 했지만.. 암튼 상당히 훌륭했다. 역시 돈이 있으면 이제 저런 그래픽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거구나. 할리우드 스케일에 쫄지 말아야지.

@ 한국인, 미국인 모두 배우들의 연기나 세트의 퀄리티가 너무 부족하여, 차라리 배우들 대신,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 만들어버렸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새라를 거의 다 잡았다 놓쳤을 때의 부라키의 황망해하는 표정, 까악~ 소리 밖에 못내지만 그래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승천하는 이무기. 배우들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 여기저기에서 이야기하듯, 마지막의 아리랑은 좀 거북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라고 외치고 싶어했을 주인공의 마음과 일맥상통하기는 하나, 가사 없는 오케스트라 곡에서 그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외국인은 별로 없을 것이고, 이제 아리랑은 한국인에게 그 가사나 유래를 넘어선 좀더 큰 의미가 있는 음악이 되었으니 말이다.

@@@ 정말 영화가 맘에 안들면 그냥 조용히 무관심으로 응대하는게 최선이지 않은가 싶다. 자꾸만 싸우니, 한국 영화가 상영된다고 다 찾아가 보는 부지런함은 없는 이 사람마저도, (애국심이 아니라) 호기심에 가서 보고 오게 만들지 않는가. 게다가 쏟아지는 악평 덕분에, 기대를 안 하고 가서인지 생각 외로 재밌게 보고 오고! 이제는 고도의 D-War 빠와 D-War 안티 사이의 경계가 너무 희미하다.

by belba | 2007/09/16 12:46 | ls culture/*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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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yslog of He.. at 2007/09/17 01:15

제목 : 내가 미친건 아닐까.
D-War 딴건 모르겠는데, D-War의 이무기들이 난동 부리는 장면을 또 보고 싶다. 리버티 타워 타고 쓰윽 올라가는 이무기 장면이 참 인상적이였는데.. 디브이디를 사야하나...? 이브를 속여넘긴 뱀 덕분에 여자는 뱀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하던데, 자꾸만 뱀이 떠오르고 또 보고 싶어지니, 나는 여자가 아닌것인가. 난 괴물 나오는 영화는 지지리도 싫어하는데 - 킹콩은 아주 넌더리를 쳤고, 쥐라기 공원은 영화의 1/3도 제......more

Commented by 사람사는세상 at 2007/09/16 12:54
음...기대 안하면 괜찮나보네. 게렉터글 보고 볼까 싶었다가, 영화평론 보고 다시 말까 싶다가, 이글 보니 함 볼까도 싶은데...
Commented by lostnfound at 2007/09/16 13:04
이 시골까지 온다는 소식에 저도 가볼까 싶어요. ^^ 말씀대로 디빠와 안티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elba at 2007/09/16 13:06
아마 기대를 안 하고 봐서 그런가봐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 영화가 아니라, 그냥 미국의 그렇고 그런 영화 볼 때와 마찬가지의 마음으로) 그래픽으로 치장된 전투씬들을 보면 그리 나쁜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Commented by object at 2007/09/16 15:46
저도 한국에서 못 본 거 여기서 봐야겠군요. 마지막 문단에 대공감. 저도 하도 궁금해서 (절대 애국심 아니고) 돈을 쓰게 생겼군요.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는 대역연기 수준인가 보군요.
Commented by 루스 at 2007/09/16 22:59
한국까지 가서 본 사람도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낄낄거리면서 보는 3류 영화라고 기대 수준을 맞추면 재밌습니다. 4열종대 사망씬이 최고였죠.
Commented by belba at 2007/09/16 23:54
object/ 어서어서 가서 보세요. 다음 주에도 걸려있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뉴욕 지하철 어디서도 광고를 못 보았었는데, 막상 개봉일 근처 되니깐 웹으로는 광고 많이 하네요.

루스/ 맞아요. 굳이 거창한 의미 갖다 붙이지 말고 가볍게 보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좀 돈을 efficient하게 써서 실사에도 좀더 투자를 해줬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아예 좀 cut&paste 기능을 써서 실사도 CG 터치를 좀 해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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